“중동 전쟁 여파 직격탄”… 항공료 감편과 유류할증료 급등으로 혼란스런 항공·여행업계
– 중동 전쟁 여파에 항공유 공급망 흔들
– 4월 유류할증료 최대 3배 인상 반영
– 베트남 감편 늘고 아시아 비축유 대응
[트러스트=전우주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아시아 항공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베트남 노선을 중심으로 항공편 감편과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급등이 현실화했다.

지난 23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일본과 베트남 주요 공항은 최근 취항 항공사들에 항공유 급유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의 통지를 보냈다. 항공기는 통상 목적지에서 돌아올 연료를 현지에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운항하는데, 현지 수급이 막히면서 기존 계약 물량조차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다.
베트남은 항공유의 절반 이상을 중국과 태국에 의존해 왔고, 중동 사태 이후 두 나라가 잇따라 정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망이 크게 흔들렸다. 베트남 항공유 수요의 3분의 2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이 가운데 약 60%를 중국과 태국에서 들여온다. 싱가포르발 공급도 줄어든 상태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트남의 주요 석유·항공유 수입업체인 페트롤리멕스와 스카이펙은 3월분 공급만 보장할 수 있고 4월 계약은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카이펙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필수 국내선만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은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구조여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에 직접 노출돼 있다. 호주 역시 연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항공유 비축량이 약 32일분에 그쳐 취약 국가로 거론된다. 베트남은 항공유 수입 의존도가 약 75%에 달해 다음 달부터 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식 경고까지 내놨고, 일부 항공사는 국내선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도 급등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은 중동 사태 2주차인 3월 둘째 주 배럴당 평균 179.5달러에 거래됐고, 중동 사태 이전보다 98% 뛰었다. 3월 셋째 주에는 배럴당 200달러를 웃돌았다. 항공유는 다른 연료보다 품질 기준이 엄격하고 저장 조건도 까다로워 장기 비축이 어려운 연료여서 공급망 충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구조다.

실제 감편도 시작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비엣젯항공은 23일 4월 인천~나트랑·다낭·푸꾸옥 노선과 부산~나트랑 노선 일부 항공편 운항 중단을 공지했다. 인천~푸꾸옥 노선은 4월 8일~5월 1일 전면 취소다. 운항이 중단된 항공편 가운데 가장 빠른 출발편은 4월 7일 오전 6시45분 인천국제공항 출발 나트랑행 VJ835편이다. 비엣젯항공 한국 총판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과 베트남 내 제트유 공급 차질로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항공도 4~5월 인천~하노이·호치민 노선 일부를 비운항 처리했다. 현재 매일 2회 왕복 운항 중인 두 노선은 특정 날짜에 한해 1편만 운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도 조정에 들어갔다. 에어부산은 4월부터 부산발 괌·세부·다낭 노선 운항을 줄이기로 했다.
이번 감편은 여행객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편이 취소된 승객은 항공사에서 수수료 없이 환불받을 수 있지만, 숙소와 현지 액티비티, 렌터카 등 부대 예약은 별도 위약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 항공편 확보도 쉽지 않다. 유류할증료 급등으로 다른 항공사 운임이 뛰었고 좌석까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항공사 결항확인서를 첨부해 호텔 무료 취소를 요청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지만, 호텔 규정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 일괄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루 차이로 취소될 뻔했다”, “출발 하루 전에 스케줄 취소할까 겁난다”, “항공사 연락이 아직 없는데 안심해도 되는 건가” 같은 반응도 이어졌다.
비엣젯항공의 사후 대응 방식도 논란이 됐다. 비엣젯항공 한국 총판은 공지를 통해 여행사나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산 고객에게 한국 총판대리점에는 처리 권한이 없다며 각 구매처에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여행사를 이용한 고객은 문자로 취소 내용을 안내받고 있지만, 이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베트남 본사 콜센터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 본사 이메일은 영문으로 작성해야 하고 답변까지 영업일 기준 최대 7일이 걸린다.

유류할증료도 4월부터 큰 폭으로 오른다.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3월 6단계에서 18단계로 12단계 상승했다.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한 달 기준 최대 상승 폭이다. 대한항공의 인천~뉴욕 노선 유류할증료는 3월 편도 9만 9,000원에서 4월 30만 3,000원으로 3배 이상 오른다. 아시아나항공은 최단 구간인 499마일 이하 노선이 1만 4,600원에서 4만 3,900원으로, 최장 구간인 5,000마일 이상 노선은 7만 8,600원에서 25만 1,900원으로 인상한다. 국내선도 오른다.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은 편도 기준 6,600원에서 7,700원으로 올린다.
저비용항공사 인상 폭도 가파르다. 진에어는 499마일 이하 구간을 8달러에서 25달러로, 2,400~3,599마일 구간인 푸껫 노선을 21달러에서 76달러로 올린다. 이스타항공은 1군 노선인 후쿠오카·오사카 등을 9달러에서 29달러로, 6군 노선인 알마티를 22달러에서 68달러로 조정한다. 제주항공의 4월 편도 유류할증료도 3월 9~22달러에서 29~68달러로 최대 3배 이상 뛴다.
유류할증료 인상이 예고되면서 여행업계에서는 선발권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주요 여행사들은 4월 인상분 반영 전에 발권을 마치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선발권 동의 절차를 서두르고, 하드블록 상품과 프로모션으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놀인터파크에 따르면 3월 발매 기준 4~5월 출발 상품 선발권 건수는 1년 전보다 약 60% 증가했다. 하나투어도 상당수 고객이 선발권에 동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사들은 유럽 노선 기준 3월 발권이 4월 발권보다 1인당 30만~40만 원가량 저렴하다고 보고 있다. 노랑풍선은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120만~160만 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발권 이후 취소나 일정 변경이 발생하면 항공사 규정에 따라 취소수수료와 재발권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노랑풍선은 비용 발생 가능성과 조건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고 동의를 받은 뒤 선발권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하나투어도 특별약관을 적용한 여행계약서를 다시 발행해 고객 동의 절차를 거친 뒤 발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항공을 넘어 각국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에서는 조리용 LPG 사재기가 확산했고, 일부 동남아 국가는 주유소가 연료를 확보하지 못해 임시 휴업했다. 베트남은 연료 배급제를 검토하고 있고, 방글라데시는 대학 수업을 중단했다. 필리핀과 스리랑카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베트남은 한국·일본·중국·아랍에미리트(UAE)에 전략 비축유 공유를 요청했고, 태국과 필리핀은 러시아산 원유 도입까지 검토하며 공급선 다변화에 착수했다. 여행업계는 베트남 항공사들의 선제 감편이 다른 노선과 항공사로 번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기존 예약 고객을 대체편으로 어느 정도 소화할 수는 있겠지만 노선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4~6월 하계 성수기 국내 저비용항공사와 대형항공사 운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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