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이지만 능력 있어서”… 바나 논란 반박한 민희진, 하이브는 증거로 정면 반박
– 민희진, 김기현 특혜 의혹 정면 반박하며 계약 구조 해명
– 바나 인센티브 10억 원 확대, 이사회 승인 여부 공방 격화
– 하이브 자료 유출 정황 제시, 내년 2월 선고 앞두고 대립 지속
[트러스트=전우주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진행된 법정에서는 계약의 유효성 다툼을 넘어, 당사자의 태도와 책임 인식 자체를 둘러싼 공방이 전면에 부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 남인수)는 지난 18일 하이브가 제기한 주주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측이 제기한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 대한 변론기일을 열었다. 민 전 대표는 직접 출석해 약 6시간 동안 당사자신문에 응했고, 앞선 기일을 포함하면 당사자신문만 12시간 이상 이어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질문과 답변을 둘러싼 신경전이 반복되며 변론 초반부터 격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이브 측이 ‘예’ 또는 ‘아니오’로 답변을 요구하자 민 전 대표는 장시간 설명을 이어갔고,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의 발언을 끊으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하이브 측 변호인이 질문 도중 혀를 차는 모습이 마이크를 통해 법정에 전달되자 민 전 대표는 “인격적 모독 아니냐”고 반발했고, 재판부는 여러 차례 개입해 중재에 나섰다. 재판장은 “관련성이 부족한 질문이 반복되면 제지하겠다”며 양측에 자제를 요청했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가 2021년 3월 무속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제시하며, “3년 만에 가져오자”, “내가 갖고 싶다”는 표현의 의미를 따져 물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해당 대화가 어도어 설립 이전의 감정적 표현일 뿐이며 주주 간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이브 측은 어도어 설립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이미 분리된 이해관계와 사적 판단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쟁점의 중심에는 어도어의 주요 용역사였던 바나(BANA)와 그 대표 김기현 씨와의 관계가 놓였다. 민 전 대표는 김 씨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룹 뉴진스(NewJeans)(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의 모든 곡을 프로듀싱한 핵심 인물로서 능력에 상응하는 보상이었을 뿐 특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하이브 측이 제시한 계약 내용에 따르면, 바나는 월 3,300만 원의 용역대금과 함께 음반 발매 매출에 연동된 인센티브를 지급받았고, 계약 변경 이후 김 대표 개인에게 과거 음반 매출까지 포함한 누적 매출의 3%가 지급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연간 인센티브 규모는 4억 원 수준에서 10억 원으로 상승했다.
하이브 측은 이 같은 계약이 이사회 결의 없이 체결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민 전 대표는 처음에는 이사회 승인을 거쳤다고 답했다가, 이후 하이브 전 CEO의 허락이 있었다고 인식했다고 말을 바꿨고, 재차 확인이 이뤄지자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민 전 대표가 향후 행사할 풋옵션 대금의 일부를 김 대표에게 지급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법정에서 확인됐다. 민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회삿돈이 아닌 내 몫에서 주는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어도어 전 부대표였던 이 모 씨의 하이브 재무자료 무단 접근 정황도 도마에 올랐다. 하이브 측은 이 씨가 어도어로 전적한 이후에도 하이브 및 타 레이블의 재무 관련 폴더에 접근해 약 50여 건의 자료를 다운로드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해당 자료를 전달받은 사실이 없으며, 접근 경위 역시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다만 하이브 측은 이 씨가 어도어 합류 이전부터 민 전 대표의 요청에 따라 타 레이블의 예상 실적을 전달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해 9월 진행한 긴급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대해서도 민 전 대표는 사전에 방송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지시가 아닌 멤버들의 자발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측은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최후 진술에서 민 전 대표는 이번 소송이 금전적 이익이 아닌 기업 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적 대화를 문제 삼는 방식 자체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하이브 측은 계약 위반과 경영 책임 문제를 중심으로 다툼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7월 민 전 대표가 어도어와 뉴진스를 사유화하려 했다고 판단해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같은 해 8월 어도어 대표직에서 해임했다. 민 전 대표는 그해 11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며 보유 지분 18% 중 13.5%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했다. 풋옵션 산정 기준은 최근 2개년도(2022~2023년) 어도어 영업이익 평균에 13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약 26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이브는 계약이 이미 해지된 만큼 풋옵션 역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민 전 대표 측은 계약 위반 사실이 없다는 전제하에 풋옵션 행사 역시 정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5일 추가 변론을 거쳐 2월 12일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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