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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기획된 여론전”… 빌리프랩, 민희진 측 아일릿 공격 정황 내부 대화로 입증

– 민희진·빌리프랩, 여론전·표절 논란 속 4차 변론 진행
– 카카오톡·OOAK 로고 증거 제출, 명예훼손 판단 공방
– 내년 1월 9일 5차 변론 예정, 재판 쟁점 확대 주목

[트러스트=전우주 기자] 빌리프랩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양측의 주장이 증거 자료와 함께 정면 충돌하며 재판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민희진(사진=인터넷 커뮤니티)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2부에서 열린 4차 변론기일에서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가 지난해 아일릿(ILLIT)(윤아·민주·모카·원희·이로하) 데뷔 이전부터 공격 프레임을 구성했고, 이를 기반으로 뉴진스(NewJeans)(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 표절 논란을 확대했다고 주장하며 각종 카카오톡 메시지, 내부 문서, 영상 자료를 제출했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가 어도어 재직 시절 직원들에게 뉴진스를 기준으로 다른 아이돌들의 콘셉트·안무·사진·스타일링을 분석한 ‘유사성 모니터링 문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는 타 기획사 주요 아이돌까지 포함된 비교 표가 있었고, 일부 커뮤니티 게시글과 악의적으로 편집된 쇼츠 영상이 표절 근거로 사용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빌리프랩은 “뉴진스 카피캣 프레임을 만들어 대중 반응을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아일릿이 표적이 됐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빌리프랩이 제출한 카카오톡 자료에는 아일릿 데뷔 일정이 공개된 2월 27일 직후 어도어 고위 임원이 ‘음원 사재기’ 프레임 기획을 논의한 내용이 담겼고, 3월 18일 아일릿 데뷔 티저 공개 당일에는 증권 애널리스트에게 아일릿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쇼츠 영상을 보여주며 하이브 주식 매도를 유도하려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빌리프랩은 “여론전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ILLIT 싱글 1집 ‘NOT CUTE ANYMORE’ 콘셉트 포토(사진=빌리프랩)

또한 뉴진스 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해 민 전 대표가 여론 형성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부모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려 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시됐다. 빌리프랩은 “같은 걸그룹이어야 대체재가 된다”는 논리를 반복하며 뉴진스 부모들에게 아일릿 표절 의혹을 강조한 정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뉴진스를 특정 감독과 함께 인기 유튜브 채널에 출연시켜 아일릿을 연상시키는 연출을 유도한 자료까지 제출하며 민 전 대표가 여론 형성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빌리프랩은 이어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4월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 전 대표가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지만, 그 근거는 객관적 분석이 아니라 온라인 댓글과 일부 편집 영상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빌리프랩은 “이는 비방을 위한 비방일 뿐이며 표현의 자유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민 전 대표가 최근 설립한 새 기획사 OOAK의 사명과 로고가 캐나다 브랜드 ‘One of a Kind’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점을 제시하며 “정작 본인도 유사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일릿이 입은 피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손해 발생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아일릿의 앨범 추가 생산이 중단됐고, 촬영 스케줄과 광고 집행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멤버들은 악성 댓글과 여론 공격으로 직접적 정신적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NewJeans 프리싱글 ‘Ditto'(사진=어도어)

반면 민희진 전 대표 측은 모든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민 전 대표 측은 “뉴진스와 아일릿의 유사성 지적은 업계와 대중이 먼저 제기한 문제였고, 이를 언급한 건 소속 아티스트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로서의 정당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자회견에서 표절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시간은 전체 2시간 중 5분에 불과했으며, 해당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몰아가는 것은 쟁점 흐리기라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해선 “맥락을 자의적으로 발췌한 것에 불과하며 사적 대화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아일릿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데뷔 초기부터 존재했고, 이미 검색어에 ‘표절’, ‘짝퉁’ 등이 등장했다는 점을 들어 빌리프랩이 주장하는 손해는 실재하는 손해가 아닌 기대이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어도어 경영권 탈취와 관련된 실행 계획의 일부인지, 아일릿의 가치 하락과 하이브 지분 구조가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질문했다. 빌리프랩 측은 여론전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 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직접적 실행 계획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민 전 대표 측이 카카오톡 메시지 공개 자체가 사생활 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일부 자료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민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이 뉴진스를 모방했다고 주장한 데서 시작됐고, 빌리프랩이 20억 원 손해배상 소송으로 대응하자 민 전 대표가 50억 원 규모 맞소송을 제기하며 본격화됐다. 다음 변론기일은 2026년 1월 9일로 예정돼 있다.

reivianj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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