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대신 불길 속으로”… 현대차그룹, 무인소방로봇 4대 소방청에 기증
– 현대차그룹 무인소방로봇 4대 기증
– 방수포·분무·적외선 카메라·원격 제어 탑재
– 특수부대 배치·회복지원차·EV 드릴 랜스 연계
[트러스트=전우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무인소방로봇 기증을 통해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소방청과 함께 개발한 원격 화재 진압장비 ‘무인소방로봇’ 4대를 소방청에 전달하고, 재난 대응 현장의 안전 체계 고도화에 나섰다.

지난 24일 경기도 남양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성 김 사장,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 소방청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 이진호 기획조정관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무인소방로봇 기증 행사가 열렸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원격 화재 진압이 가능한 무인소방로봇 4대를 소방청에 공식 기증하며, 고위험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위험 노출을 줄이는 장비 지원에 나섰다.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이 개발한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원격 주행이 가능한 차체에 화재 진압을 위한 방수 장비와 분무 시스템, 시야 확보 장치, 원격 제어 장비 등을 결합해, 고열과 짙은 연기가 뒤섞인 현장에서도 소방관을 대신해 화재 진압과 구조 지원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소방청은 무인소방로봇을 고위험 화재 현장에 단계적으로 배치해 진입 전 상황 파악과 초동 진압에 활용하고, 소방관의 직접 접근을 줄이는 장비로 운용할 방침이다.

기증된 무인소방로봇 4대 가운데 2대는 소방청 요청에 따라 이미 수도권119특수구조대와 영남 119특수구조대에 각각 1대씩 선배치돼 화재 현장에 실전 투입되고 있다. 나머지 2대는 다음 달 초 경기 남부 소방본부와 충남 소방본부에 각 1대씩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은 지역별 특수구조대와 소방본부에 순차적으로 장비를 배치해 대형 화재, 구조물 붕괴 우려 현장, 지하 밀폐 공간 등 접근이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 무인소방로봇을 우선 투입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무인소방로봇 개발의 배경에는 화재 현장에서 반복되는 인명 피해가 놓여 있다.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화재로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총 1,802명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재난 환경에서 소방관의 부상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소방관의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그룹사 기술력을 모아 무인소방로봇을 공동 개발했다.
무인소방로봇은 HR-셰르파 차체에 ▲방수포 ▲자체 분무 시스템 ▲시야 개선 카메라 ▲원격 제어기를 탑재한 구성이 특징이다. HR-셰르파는 원격 주행 기능을 바탕으로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얹을 수 있는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으로, 현재 방산 분야에서 정찰·지원 용도로 운용되고 있다. 여기에 화재 진압용 장비를 더해 소방용 무인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장비 전면에 장착된 방수포는 화재 진압의 핵심 요소다. 직사와 방사 형태로 방수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노즐을 적용해 화재 양상에 따라 물줄기를 집중하거나 넓게 분사하도록 설계했다. 자체 분무 시스템은 장비 외곽을 둘러싼 분무 노즐에서 미세 물 입자를 지속 분사해 장비 외부에 수막을 형성하고, 화염과 고열로부터 차체를 보호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섭씨 500~800도에 이르는 열 환경에서도 장비 온도를 약 50~60도로 낮춰 화재 현장 근거리까지 접근한 상태에서 소방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전면 상단에 탑재된 시야 개선 카메라는 적외선 센서를 기반으로 불길과 짙은 연기 속에서도 대상체를 식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발화 지점이나 구조 대상자 위치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영상 정보를 제공해, 장비 운용자가 보다 정확하게 진압 방향과 이동 경로를 설정하도록 돕는다. 원격 제어기는 무인소방로봇과 무선 통신으로 연결돼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장비 운용자가 이를 바탕으로 원격 주행, 방수 운용 등 주요 기능을 조종한다.
차체 하부에는 고열에 견디는 특수 타이어와 6륜 독립 구동 인휠모터 시스템이 적용됐다. 화재 잔해가 쌓여 있거나 장애물이 많은 사고 현장에서 바퀴가 파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각 바퀴를 개별 제어해 불규칙한 지형에서도 추진력을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무인소방로봇은 건물 붕괴 잔해, 차량 잔해 등이 뒤엉킨 현장에서도 원격 조종으로 진입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은 무인소방로봇이 소방관 접근이 어려운 대형 화재, 구조물 붕괴 우려 현장,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초동 진압과 현장 점검에 우선 투입되는 장비로 자리잡도록 운용 범위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전동화 장비라는 특성을 활용해 기존 내연기관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산소 부족 지하 시설, 밀폐된 공간 화재 등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운용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장비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도 병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역별 담당 소방관을 대상으로 무인소방로봇 운용 매뉴얼을 배포하고, 이론과 실습 교육을 함께 진행했다. 향후에도 장비 성능 검증과 교육 프로그램을 소방청과 함께 보완해, 무인소방로봇이 화재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되도록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소방 지원 활동은 이번 무인소방로봇에 앞서 다양한 장비 기증으로 이어져 왔다. 2023년에는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의 휴식과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소방관 회복지원차’ 10대를 전국 소방본부에 기증했다. 회복지원차는 현대차그룹의 유니버스 모바일 오피스를 기반으로 제작한 특장버스로, 내부 휴식 시설과 편의 사양 구성 과정에 현장 소방관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2024년에는 전기차 화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관통형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EV 드릴 랜스(EV-Drill Lance)’를 개발해 250대를 소방청에 전달했다. 이 장비는 배터리 팩에 구멍을 뚫어 내부에 직접 물을 분사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화재를 보다 실효성 있게 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올해 6월 정식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충북 음성군 소재)에는 소방관의 치료와 재활을 지원하기 위한 차량과 재활장비를 기증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립소방병원이 부상 소방관의 전문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국내 첫 의료기관인 만큼, 의료·재활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부터 ‘자유롭게 이동하는 개인, 안전하게 살아가는 사회, 건강하게 영위하는 지구를 위해 우리는 올바르게 움직입니다’라는 새로운 CSR 미션을 수립하고, 이동·안전·환경을 축으로 한 사회공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무인소방로봇 기증과 회복지원차,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국립소방병원 지원은 소방관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활동 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룹은 소방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reivianj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