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항공권 찾는 2030”… 중국 항공사, 유럽·미주행 중국 환승노선 수요 급증
– 중국 항공사, 유럽·미주 초저가 환승 노선 공격적 확대
– 무비자·호텔 혜택 제공하며 스톱오버 수요 적극 유치
– 국내 항공사 점유율 역전, 장거리·단거리 모두 위협
[트러스트=전우주 기자] 중국 항공사가 초저가 항공권을 앞세워 인천공항 국제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를 잇는 장거리 노선을 기준으로, 국적사 직항 요금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에 환승 노선을 판매하면서 ‘환승 덤핑’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실제 인천~밀라노 왕복 항공권은 국적사 직항의 경우 200만~250만 원 수준이지만, 중국 난징을 경유하는 중국 항공사 노선은 8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비행 시간은 약 15시간 이내며, 기내 서비스나 좌석 편의성에서도 큰 불편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중국 국적 항공사는 자국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주를 잇는 노선에 초저가 환승 상품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인천발 항공편을 다수 운영 중인 에어차이나와 중국남방항공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난징 등 자국 주요 도시를 경유지로 활용해 다양한 연결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에어차이나는 인천~베이징 노선을 거점 삼아 러시아 상공을 통과하는 최단거리 장거리 노선을 운용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항공사의 최대 강점은 단연 가격이다. 인천에서 출발해 유럽이나 미주로 가는 왕복 항공권은 국내 항공사 이용 시 평균 200만 원대지만, 중국 경유 노선은 80만~100만 원대 초반 수준으로 책정된다. 최근에는 칭다오를 경유해 두바이로 가는 항공권이 편도 17만 원에 판매된 사례도 있다.

실제 여객 수송 실적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11월 두 달간 인천~중국 노선에서 중국 항공사는 114만7,924명을 수송하며, 99만9,455명을 운송한 국내 항공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점유율 기준으로 중국 항공사는 55.8%, 국적사는 44.2%를 기록했다.
2030세대 여행객을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층은 ‘가성비 여행’에 적극 반응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가 러시아 영공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비행 시간을 2시간 이상 단축하는 점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용 절감 외에도 중국 항공사는 환승 수요 확대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144시간 무비자 환승 제도 ▲조건 충족 시 무료 환승 호텔 제공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비자 입국 허용 등은 중국을 단순한 경유지에서 여행지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 2박 + 파리 5박’과 같은 일정을 짜는 스톱오버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환승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공항에서는 환승객 대상 별도 검역 및 보안 검사가 이뤄지며, 보조배터리 용량 초과 시 압수 등 까다로운 규제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여행객들은 환승 절차 전반에 대해 사전 정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국 항공사의 공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료 효율과 영공 사용료, 공항 슬롯 등에서 불리한 상황인 데다, 장거리 노선 중심의 운임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특히 티웨이항공 등 일부 LCC가 유럽 직항을 확대하고 있으나, 중국 국적사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한 경쟁 감소가 장거리 노선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 항공사는 초저가 환승 전략을 통해 인천공항을 환승 허브로 활용하는 실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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