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의 달 귀환, 인류 최장 우주비행 시작… 아르테미스 2호가 다시 달 문을 열었다
– 나사,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 발사
– 이번 임무는 달 착륙보다 유인 비행 시스템 검증에 초점
– 여성·흑인·비미국인을 포함한 다국적 승무원 구성
[트러스트=박민철 기자] 인류가 다시 한 번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4월 1일 오후 6시35분(한국시간 2일 오전 7시35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무려 54년 만에 이뤄지는 유인 달 왕복비행이라는 점에서, 이번 임무는 전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언론들은 발사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이 발사장 인근에 몰려든 것으로 추정했다. 단순한 우주 발사를 넘어, 미국 우주개발 역사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지켜보려는 인파가 모인 셈이다.
발사 직전 분위기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었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책임자인 찰리 블랙웰-톰슨은 최종 카운트다운 10분이 시작되는 순간, 승무원들에게 미국 국민과 전 세계 파트너들의 희망과 꿈을 싣고 떠난다고 말하며 안전한 비행을 기원했다. 우주선이 고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은 “아름다운 달이 떠오르고 있고, 우리는 바로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프로젝트가 마침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의 비행은 단순한 상징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임무 자체가 인류 우주탐사의 새로운 기록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선은 발사 후 하루 동안 최대 7만km 거리의 타원궤도로 지구를 돌며 각종 기기 점검을 수행한 뒤 달을 향해 본격적으로 이동한다. 이후 약 40만km 떨어진 달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 일정이다. 전체 비행 기간은 10일, 총 비행 거리는 110만km에 이른다. 궤적이 8자 형태를 그리기 때문에 이동 거리 자체가 매우 길어지며, 이에 따라 기존 아폴로 13호가 세운 역대 최장 유인 비행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이번 비행은 달 착륙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 아폴로 임무와 결이 다르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달 뒤편 약 7400km 지점까지 접근한 뒤 돌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달의 뒤편을 지나는 약 40여 분 동안은 지구와의 통신도 완전히 끊기게 된다. 이 구간은 기술적 긴장감이 가장 높은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와 연결이 끊긴 상태에서 오직 설계된 시스템과 훈련, 그리고 기계의 안정성에 의존해야 한다. 우주탐사의 낭만 뒤에는 여전히 높은 위험과 정교한 기술 검증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귀환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비행에서 우주선은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별도의 추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달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한 뒤, 다시 지구 중력으로 끌려오는 ‘자유 귀환’ 방식을 택한다. 이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정확한 항법 계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방식이다. 우주선은 10일 오후 8시께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 태평양 해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주탐사의 최종 관문은 여전히 대기권 재진입이다. 오리온 우주선은 시속 4만km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 3000도의 마찰열을 견뎌야 한다. 지난 아르테미스 1호 시험비행에서는 열 차폐막 일부가 떨어져 나가며 우려가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유인 임무에서는 더욱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실제로 이번 비행의 핵심 목표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아르테미스 2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주선 시스템, 특히 사람이 탑승한 상태에서 생명유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에스엘에스(SLS)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으로 구성된다. 보잉이 제작을 주도한 에스엘에스 로켓은 높이 98m로, 아폴로 계획 당시 사용된 새턴5 로켓보다 키는 조금 작지만 추력은 오히려 15% 더 강하다.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유인 우주선 오리온은 4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돼, 3명이 탑승했던 아폴로 우주선보다 내부 공간이 50% 이상 넓다. 더 강한 추진력과 더 큰 생활 공간을 갖춘 최신 시스템이지만, 유인 우주비행에서 진짜 신뢰는 결국 실제 비행을 통해서만 입증된다.
이번 비행이 더욱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승무원 구성에도 있다. 아폴로 계획 당시 달로 향한 우주비행사들은 모두 미국인 백인 남성이었다. 반면 아르테미스 2호는 나사의 다양성 원칙에 따라 상징성이 큰 인물들로 꾸려졌다.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을 제외한 3명은 각기 다른 ‘최초’의 기록을 안고 있다. 제1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는 달로 가는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이고, 조종사 빅터 글로버는 최초의 비백인 우주비행사다. 제2 임무 전문가 제레미 한센은 캐나다 출신으로, 달 비행에 참여하는 최초의 비미국인이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그는 이번이 첫 우주비행이기도 하다. 이번 승무원 구성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달 탐사는 더 이상 특정 국가나 특정 집단만의 서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기술 실험이자 정치적 시간표 위에 놓인 임무이기도 하다. 나사는 지난 2월 아르테미스 달 착륙 프로그램의 추진 방식과 일정을 대폭 수정했다. 애초 2027년으로 예정됐던 아르테미스 3호는 달 착륙 대신 지구 저궤도에서 달 착륙선과 오리온 우주선의 도킹 시험비행을 진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현재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달 착륙선의 완성도와 연동된다. 스페이스엑스는 아르테미스 3·4호, 블루오리진은 아르테미스 5호에 사용될 달 착륙선을 맡고 있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3호가 성공하면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부터 매년 한 차례 이상 달 착륙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착륙 후보지는 달 남극이다. 달 남극은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많아, 과학계에서는 이곳에 물얼음이 상당량 존재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단순한 탐사 차원을 넘어 장기 체류, 자원 활용, 미래 달 기지 건설 가능성까지 연결되는 지역이다. 결국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달에 다시 가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달에 ‘다시 머무는 방법’을 찾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이번 아르테미스 2호는 단순한 왕복비행을 넘어, 향후 달 착륙과 달 기지 건설의 전 단계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미국의 정치적 의지도 작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나사가 달 착륙 계획을 수정한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유인 달 착륙을 성사시키려는 목표가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행정명령을 통해 2028년까지 미국인을 달에 보내고, 2030년까지 달 기지를 위한 초기 요소를 건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우주개발이 과학과 기술의 영역인 동시에 국가 위상과 전략 경쟁의 무대라는 점을 다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발사에는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물품도 함께 실렸다. 비행 키트에는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비행기 라이트 플라이어에 사용했던 천 조각, 미국의 첫 번째와 마지막 우주왕복선, 첫 민간 유인 우주선 시험비행에 실렸던 국기, 아폴로 18호용으로 준비됐던 국기, 아르테미스 1호 때 실려 갔던 씨앗에서 자란 나무 아래의 흙 표본 등 역사적 상징물이 담겼다. 과거의 비행 유산을 싣고 미래의 달 탐사로 향하는 장면은, 이번 임무의 성격을 가장 잘 압축해 보여준다.

사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순탄하게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에스엘에스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의 첫 발사는 원래 2017년 예정이었지만, 예산 부족과 기술 문제,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16차례나 미뤄졌다. 그 결과 첫 무인 달 왕복비행인 아르테미스 1호가 실제로 발사된 시점은 2022년이었다. 나사는 지난 20년 동안 새 로켓과 우주선을 개발하는 데 5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나사 감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엘에스와 오리온 발사 비용은 약 41억달러 수준이다. 막대한 예산과 긴 개발 기간, 반복된 일정 변경 끝에 성사된 이번 유인 비행은 그 자체로 미국 우주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54년 만의 유인 달 귀환, 그리고 인류 최장 우주비행. 아르테미스 2호는 단지 달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비행이 아니다. 이는 다시 달에 가기 위한 기술의 검증이며, 달에 다시 착륙하기 위한 준비이고, 더 나아가 달에 장기적으로 머무르기 위한 첫 걸음이다. 아폴로가 ‘도달’의 시대였다면, 아르테미스는 ‘정착’을 준비하는 시대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세계는 다시 달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의 한가운데, 아르테미스 2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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