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매스스타트 준결승 예정”… 배성재, 이번에는 8년 만에 김보름에게 정식 사과할까?
– 배성재, 21일 밀라노 올림픽 매스스타트 중계 예상되
– 평창 올림픽 당시 “최악의 모습” 발언으로 김보름 논란 촉발
– 베이징 올림픽서 “편파 중계 없었다” 주장하며 사과 회피
[트러스트=전우주 기자] SBS 출신 배성재 캐스터가 21일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승 중계를 맡을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김보름 ‘왕따 논란’ 편파 중계에 대한 공식 사과는 여전히 없는 상태다. 김보름은 이미 2025년 12월 30일 선수 생활을 마감했지만, 8년 전 배성재의 중계 발언이 촉발한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2018년 2월 19일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박지우·노선영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이 네덜란드와 맞붙었다. 팀 추월은 3명이 한 팀을 이뤄 400m 트랙을 돌며 최후방 선수의 기록을 팀 기록으로 인정하는 종목이다. 여자 선수는 6바퀴(2,400m)를 돌며, 세 선수가 최대한 붙어서 결승선을 통과해야 유리하다.
경기 초반 박지우가 선두에서 첫 바퀴를 이끌었고, 2번째 바퀴는 노선영, 3번째 바퀴는 김보름이 맡았다. 마지막 두 바퀴는 김보름이 선두를 담당했으나, 노선영이 체력 저하로 점차 뒤처지기 시작했다. 김보름은 준결승 진출을 위해 사전 작전대로 경기를 펼쳤지만, 노선영의 체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감독이 선두에게 속도를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여러 이유로 선수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노선영이 한참 뒤늦게 들어오는 장면이 TV 중계를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지상파 3사 중 SBS의 중계 내용이 특히 논란이 됐다. 배성재는 경기 중 “노선영 선수가 뒤로 많이 처졌는데 두 명의 선수는 붙은 채로 그리고 노선영 선수가 뒤에 멀찌감치 남은 채로 도착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에는 “노선영 선수가 많이 처졌음에도 나머지 선수가 먼저 도착하는, 팀 추월에서 최악의 모습이 연출됐다”고 평가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저렇게 가면 안 된다. 김보름 선수 기다려야 된다”며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게끔 선수, 지도자들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틀 후인 2월 21일 다른 경기 중계에서도 두 사람은 팀 추월을 재언급했다. 배성재는 “지금 온 나라가 여자 팀 추월의 이해할 수 없는 막판 한 바퀴 때문에 그 이슈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고, 제갈성렬은 “정말 참담함을 금치 못 했다. 이런 사태를 통해 빙상인 모두 다시 한 번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 중계는 팀 추월 종목의 특성과 경기장 상황을 잘 모르던 시청자들에게 김보름과 박지우가 일부러 노선영을 따돌렸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보름의 표정을 캡처한 사진까지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김보름은 순식간에 ‘국민 밉상’으로 낙인찍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보름 국가대표 자격 박탈’ 청원이 올라와 61만 명이 동의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보름의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축하하며 “메달보다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에 가세했다. 여러 정치인과 김어준 등 여러 방송인들도 사건에 말을 보탰다.
2018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고의적인 왕따 주행은 없었다는 결론이 났다. 문체부는 “특정 선수가 고의로 마지막 바퀴에서 속도를 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특별한 의도를 갖고 경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보름은 큰 상처를 입고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보름은 올림픽 폐막 1년이 지난 2019년 1월 오히려 자신이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2월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6부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노선영)는 원고(김보름)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도 평창에서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판단했으며, 과거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던 점을 인정했다.

법원 판결 직후인 2022년 2월 19일, 배성재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중계를 앞두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배성재는 “4년 전 SBS 중계를 소환하는 분들이 계신다. 유튜브에 당시 전체 중계 영상이 그대로 올라가 있다. 다시 보면 아시겠지만 편파 중계는 없었고 그럴 의도를 가질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 경기 이후 김보름 선수가 힘든 시기를 겪은 것은 굉장히 가슴 아프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관심이 굉장히 무겁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제갈성렬도 “중계진으로서, 빙상인으로서 해설했고 어떤 이유라도 편파 중계나 의도가 없었음을 진심으로 말씀드린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일을 다 털어버리고 베이징에 다시 섰다. 매우 기쁘고 김보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유감을 표명했을 뿐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 당시 KBS와 MBC 해설진들은 배성재·제갈성렬과 달리 노선영이 뒤를 따라가 줬어야 한다며 경기 흐름만 객관적으로 짚어줬다는 점에서 SBS 중계의 문제점이 더욱 부각됐다.
배성재가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그의 방송사 내 영향력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유튜버 이진호는 과거 2022년 2월 20일 자신의 채널 ‘연예뒤통령이진호’를 통해 “배성재가 김보름에게 사과를 할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선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진호는 2024년 12월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주작 논란을 언급하며 “SBS 측은 보도자료를 발표해 ‘이번 일은 출연진과 진행자 배성재, 이수근과는 전혀 관계없이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진호는 “해당 보도자료 이후 배성재와 이수근은 공식적으로 의혹에서 벗어났지만, 타 출연진은 ‘방조자’ 낙인이 찍혀 한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며 “취재를 해 보니 배성재는 ‘골때녀 주작 논란’ 이후 제작진에게 엄청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내 커리어에 오점을 남겼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호는 “일부 출연진이 ‘SBS가 배성재만 살려주는 게 아니냐’, ‘SBS의 허락이 없다면 일개 프리랜서인 배성재가 제작진을 대놓고 저격하는 개인방송을 할 수 있겠느냐’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진호는 “프리랜서 MC가 이렇게 힘이 클까. SBS 내부에서도 의아한 반응이 있다고 한다.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선언을 하면 통상적으로 1~2년 정도는 출연시키지 않는다. 불이익 없이 온갖 수혜를 다 입고 있는 특수한 인물”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김보름은 2025년 12월 30일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인터뷰에서 “하루도 그 일이 떠오르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밝혔다. 8년간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반전이 있었지만, 김보름에게 말을 얹은 인사 중 공개적으로 사과를 건넨 이는 표창원 정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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