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숨긴 뒷광고”… 공정위, 카카오엔터에 과징금 3억 9,000만 원 부과

– 카카오엔터, 광고 사실 숨기고 SNS 2,353건 게시해
– 직원·광고대행사 동원해 후기처럼 위장한 음원 홍보
– 소비자 신뢰 악용한 기만광고, 공정위 “중대한 위법” 판단

[트러스트=전우주 기자] 국내 음원·음반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임을 숨긴 채 조직적으로 SNS와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노출시켜 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 9,0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7년 4개월간 ‘노래는 듣고 다니냐’, ‘아이돌 연구소’, ‘뮤즈몬’, ‘HIP-ZIP’ 등 총 15개의 SNS 음악 채널을 인수하거나 새로 개설해 2,353건에 달하는 음원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이들 채널은 카카오엔터가 직접 운영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일반 팬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추천글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회사는 더쿠, 뽐뿌, 인스티즈, 디미토리, MLB파크, 클리앙, 여성시대, 소주담, 에펨코리아 등 11개의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사 직원이 직접 음원·영상 추천 게시글을 올리도록 했다. “진심으로 노래 잘 뽑았다”, “추천해주고픈 영상” 등 후기 형태로 게시글을 작성했지만, 카카오엔터 직원이 작성했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게 숨겼다.

또한, 카카오엔터는 2016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8억 6,000만 원을 35개 광고대행사에 집행해 SNS 기반의 바이럴 마케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도 해당 콘텐츠가 광고라는 점, 그리고 경제적 대가가 지급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다.

카카오엔터가 홍보에 활용한 SNS 채널의 총 팔로워 수는 약 411만 명, 커뮤니티 가입자 수는 15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방식이 일반 소비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입소문 효과, 팬덤 확산 효과, 편승 소비 심리를 의도적으로 자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겨울에 이불 덮고 가만히 누워 OOO 목소리 듣는 게 극락”, “오늘 알고리즘에 뜬 노래”, “우연히 듣고 빠져버렸던 아티스트” 등 감성적인 문구로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이러한 활동은 카카오엔터가 유통하는 음원의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수수료 수익도 커지는 구조와 직결된다. 특히 자사 소속 아티스트의 콘텐츠라면 음원·음반 판매 매출 자체가 증가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엔터는 광고 사실을 숨긴 채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부에서도 이러한 활동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는 법무 검토를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사후적으로라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지 않고 위반 행위를 지속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해당 사례는 대중음악 산업에서 기만광고를 제재한 첫 사례로, 법령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카카오엔터가 운영하는 SNS 채널을 통해 경쟁 아이돌 그룹을 비방하거나 악의적으로 평가하는 ‘역바이럴 마케팅’도 함께 조사했으나, 조직적 개입이나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회사가 자사 음원의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구조적으로 움직인 정황은 확인됐지만, 경쟁사를 악의적으로 타겟팅한 비방 활동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는 공정위 제재에 대해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며 향후 법규 준수와 공정한 질서 확립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trustnews@daum.net